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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항 북항 600년 역사 도보탐험

걷기혁명 그린워킹 | 2009/11/09 16:18 | Posted by 이스크라90

 11월13~15일 부산 전역에서 2009 걷기축제가 펼쳐집니다. 메인 코스는 14일 오전 10시 부산항 북항 중앙부두에서 출발해 부산우체국(40계단)~동일초등학교~부산근대역사관~PIFF광장~자갈치시장~영도다리~남항대교~송도해수욕장까지 10㎞ 남짓입니다. 근대문화의 향기가 진하게 밴 풍경을 카메라에 담아봤습니다.
  

      부산항 북항 전경(위)과 중앙부두(아래)                                            (C)국제신문

북항은 한국 근현대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근대문화의 공간'입니다. 조선 태종이 부산포를 개방한 1407년부터 두모포왜관→초량왜관 시기에 이르기까지 북항은 대일무역의 중심지이자 일제침략의 교두보였습니다. 조선시대 일본사신이 부산에서 한양으로 올라가던 길이 곧 임진왜란의 침략 루트와 일치한다고 합니다. 또한 북항은 부산 근대화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일제가 대륙 침탈의 물류기지로 부산 앞바다를 매립해 건설한 북항은 해방과 함께 '물류허브 부산'의 중심이 됩니다. 역사의 아이러니라 할만 합니다.
 현재 북항 중앙부두는 공사가 한창입니다. 2020년까지 공공·상업·컨벤션·주거기능을 갖춘 '센트럴 베이'로 재개발을 한다고 합니다. 지난 2008년 부산을 방문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딸딸이 신고 산책할 수 있도록 만들라"고 했던 말이 생각납니다. 부산시민이 사랑하고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친수공간을 늘리라는 의미였습니다.

      부산 중구 동광동 40계단

 북항을 빠져나오면 국내 첫 전신기지 자리였던 부산우체국(금융로)와 피란민의 애환이 서린 40계단이 반깁니다. 초록색 건물의 옆은 한국 최초 영화제작소인 조선키네마가 '장한몽(1926년)'을 찍은 자리라고 합니다. 그러고 보니 부산터널 입구 삼거리~코모도호텔~메리놀병원~가톨릭센터~국제시장 입구 사거리는 한국전쟁 때 유엔군이 부산에서 처음으로 아스팔트 포장을 한 도로라고 하는군요.
 용두산 공원은 대일 무역기지인 초량왜관(1678~1876) 터입니다. 현재의 광일초등학교는 동래부사가 일본 사신에게 연회를 베풀던 연대청이었습니다. 일제 강점기에는 동양척식주식회사였고 해방 뒤 미국문화원으로 변신했던 부산근대역사관도 보입니다. 태평양전쟁 말기 발행된 전시채권이나 조선과 외세의 관계를 보여주는 전시물이 가득합니다.

      부산 영도 대평동과 남포동을 오갔던 도선. 자갈치 정비공사로 운항이 중단됐다.

이제 '부산다움'을 느낄 수 있는 차례입니다. 첫번째 명소는 먹자골목(아리랑거리)을 지나면 등장하는 PIFF 광장. 쉬커(서극), 파올로 타비아니, 안나 카리나, 빔 벤더스, 허우샤오셴, 장이머우, 기타노 다케시, 제러미 아이언스, 유현목…. 뚜벅이들은 유명감독과 배우들의 핸드프린팅 동판에 손바닥을 맞춰보고, 이름을 읽어보고, 기념사진을 찍기도 합니다. 부산 영화의 무게중심이 해운대로 많이 넘어갔지만 'PIFF의 발상지'는 역시 남포동과 광복동입니다. 두번째 부산다움의 명소는 자갈치시장. 갯내음 물씬 나는, 어우선하면서도 질서가 있는, 도떼기시장의 풍경이야말로 부산의 얼굴이자 생명력입니다. 골목이 좁고 혼잡해도 아마추어 사진가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 이유입니다.
 아쉬운 것은 부산 영도 대평동과 남포동을 오가던 통통배(도선)가 자갈치 공유수면 매립사업에 따라 지난 2월부터 운항을 중단했다는 것입니다.

      차량 통행이 중단돼 보행자 도로로 변신(?)한 영도다리와 현인 노래비

어느덧 복원을 앞둔 영도다리입니다. 7월부터 차량 통행이 제한된 탓에 어떨결에 보행자 전용다리로 변신했습니다. 영도경찰서 옆 현인 노래비에서 '굳세어라 금순아'를 듣고 바닷가로 내려서면 쇠줄, 녹슨 닻, 정체를 알 수 없는 고철덩어리가 망치소리와 어울러집니다. 포구에 우뚝 선 홍등대가 이곳이 국내 수리조선업의 메카인 대평동임을 알려줍니다.

      수리조선소 집적지인 대평동의 작업 모습과 홍등대

저 멀리 영선아래사거리를 지나 반도보라 아파트가 보입니다. 천혜 비경을 감춘 영도 절영해안산책로와 남항대교로 가는 출발점이기도 합니다. 길이 1925m의 남항대교는 다 위를 가로지르는 '걷기의 명소'가 됐습니다. 남항대교에 올라서니 태평양을 발 아래에 둔 느낌입니다. 저 멀리 국내 1호 공설해수욕장인 송도해수욕장이 파도와 물장난을 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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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나가사키시의 산복도로. 부산 원도심 풍경과 비숫하다.

일본 규슈 서부의 나가사키시는 인구 45만명의 중소도시입니다. 히로시마와 함께 원자폭탄이 떨어진 도시로 더 알려져 있습니다. 일본의 첫 개항지라는 점에서 부산 중·동구와 비슷합니다. 산복도로가 많은 도시의 지형 역시 닮은 꼴입니다. 한 가지 차이가 있다면 ‘도시의 발전전략’이라고 하겠습니다. 부산의 원도심인 중·동구가 부산항(북항) 재개발과 초고층 건물인 롯데월드(옛 부산시청) 건설을 통해 제2의 전성기를 노리고 있다면, 나가사키시는 ‘걷기’를 선택했습니다. 10월 21~23일 나가사키시를 방문해 그들의 속살을 살짝 들여다 봤습니다.

사루쿠 걷기 박람회 참가자들. 맨 앞(노란옷)이 나가사키시 시장이다.

나가사키시가 제1회 사루쿠(さるく) 걷기 박람회를 개최한 것은 지난 2006년입니다. 사루쿠란 ‘어슬렁 어슬렁 걷는다’는 뜻의 나가사키 사투리입니다. 1990년대 650만 명에 달하던 나가사키시 관광객이 2004년 450만 명으로 급전직하를 하게 됩니다. 위기감을 느낀 나가사키시는 대규모 개발보다 친환경 ‘걷기’를 통해 재기를 모색합니다. 유명 관광지에서 사진만 찍고 떠나는 원포인트 관광 대신 ‘이야기가 있는 관광’으로 방향 전환을 시도한 것입니다.

산복도로 풍경. 1900년대 초반 만들어졌지만 잘 관리돼 있다/

자판기에도 붙은 사루쿠 박람회 마스코트.

결과는 대성공이었습니다. 2006년 나가사키시를 찾은 관광객이 580만 명으로 다시 늘어난 것입니다. 비용이 크게 든 것도 아닙니다. 나가사키시가 사루쿠 걷기 박람회를 위해 매년 투입한 예산은 20억 원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반면 지역경제 파급효과는 2006년 한 해에만 1조1200억 원을 넘어섰습니다. 적은 비용으로 크게 남는 장사를 한 것입니다.
 사루쿠 박람회의 가장 큰 성공요인은 시민들의 참여였다고 합니다. 시민들이 걷기코스와 프로그램을 제안하면, 행정기관이 현장답사를 거쳐 홍보를 대행해주는 시스템이 큰 호응을 얻은 것입니다. 예를 들어, 나가사키항의 상인들이 나가사키항~데지마(옛 네덜란드 상인 거주지)~미술관을 걷는 코스를 개발하면, 나가사키시에서는 홍보 팜플릿을 제작하고 가이드를 배치하는 식입니다. 관광객이 많아지면, 그 수입은 고스란히 상인들에게 돌아가게 됩니다.

나가사키항의 친수공간.

나가사키관광협회에 등록된 시민 가이드들은 2시간에 1000엔 정도를 받고 관광객들에게 지역의 역사, 문화재, 인물 등에 대해 설명을 합니다. 일본의 물가를 감안한다면 거의 자원봉사로 가이드를 해주는 것입니다. 현재 나가사키시의 가이드는 441명입니다.

시민 성금으로 복원한 데지마

또 하나 놀란 것은 근대유산에 대한 그들의 관심입니다. 나가사키 주민들은 데지마를 복원하기 위해 30년 전부터 모금을 했다고 합니다. 마침내 2000년 10억 엔(약 130억 원)을 모아 데지마 복원기금으로 조성했습니다. 중앙정부의 지원은 30%에 불과했다고 하는군요. 관리도 철저합니다. 일본인에게 가장 존경받는 인물인 사카모토 료마(일본 첫 주식회사 설립자이자 의원내각제를 주창한 정치개혁가)의 유적지에는 아직도 100여 년 전 돌로 만든 계단과 보도블럭이 보존돼 있습니다. 혹시 상·하수도 공사를 위해 땅을 파야 할 경우 보도블럭에 숫자를 매겨 들어낸 다음 공사가 끝나면 원상태로 복원을 한다고 합니다.
 

재개발이 한창인 부산항 북항 전경

북항 중앙부두 전경. 2009 부산걷기축제 개막식이 열리는 장소다

도시는 제각각 특징이 있습니다. 나가사키는 자신만의 강점-첫 개항지이자 풍부한 근대문화유산-을 잘 살린 경우입니다. 부산 중·동구 역시 개항기 근대문화유산이 전국에서 가장 많은 곳이지만 제대로 관리되고 있는 것은 소수에 불과합니다. 조선 최초의 물류창고였던 부산역 맞은 편 남선창고가 2008년 헐린 것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조선시대 무역의 중심지인 '초량왜관'의 흔적도 시나브로 사라져 갑니다.
 개발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나가사키처럼 전통을 이용해 돈을 버는 방법도 있습니다. 그것도 ‘걷기’라는 친환경 수단을 이용해서. 11월13~15일 부산걷기축제가 열립니다. 메인 프로그램은 11월14일(토) 오전 10시 부산항 북항과 원도심을 걷는 ‘항도부산, 600년을 걷다’입니다. 어쩌면 이번 행사가 재개발을 앞둔 북항을 마지막으로 보는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부산에서도, 걷기가 원도심을 살리는 중요한 수단이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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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에피큐리언 2009/11/03 19: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노성 기자님 까꿍

  2. 유림 2009/11/29 11: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내고향 마산 걷기를 하면서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현재 마산도시탐방 행사가 조용하게 회차수를 넘기고 있는데..
    더 많은 사람들이 참석을 하여 발전에 대한 다른 생각을 해보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잠깐 퀴즈 하나. 보행자가 한 명도 없는 인도가 있다? 없다? 정답은 "있다!"
부산에서
낙동강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볼 수 있는 다대항 배후도로(감전사거리~덕천 IC) 이야기입니다. 총 공사비 2687억이 투입돼 2년전 완성된 도로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입니다. 대충 구색만 갖춘 인도는 부산지하철 3호선 구포역 밑 강변대로와 덕천교에서 단절되고 끊긴 상태. 주거지에서 다대항 배후도로를 건너 낙동강 둔치로 접근할 수 있는 통로도 아예 없습니다. 말 그대로 죽인 인도입니다.

     다대항 배후도로 인도가 덕천교 앞에서 끊겼다. 왼쪽 아래가 임시 구포나루 선착장.

다대항 배후도로의 막바지에는 임시 구포나루가 있습니다. 1682년(숙종9년) 조세를 징수하던 조창이 들어서면서 최대 번성기를 누리던 국내의 대표적 나루입니다. 그런데 다대항 배후도로가 생기면서 철거돼 500m 상류의 샛강으로 이전을 했습니다. 나루의 형태는 찾아볼 수 없고, 낚시배 몇 척만 정박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것이지요. 부산지하철 구포역과 임시 구포나루 옆을 지나는 도로가 다대항 배후도로입니다. 낙동강을 바로 옆에 끼고 건설됐기 때문에 풍경이 그만입니다. 그런데 다대항 배후도로의 교량구간인 덕천교와  950m의 강변대교에는 인도가 없습니다. 육지구간에 인도가 있다→(강을 건너는 교량구간인 강변대로에선) 사라졌다→(다시 육지구간에서) 나타났다→(덕천교에서) 사라졌다를 반복하니 누구도 찾지 않습니다.
 

    부산지하철 구포역 아래 강변대교에서 또 끊긴 인도. 자동차용 갓길만 있다.

구포나루가 떼밀려 떠돌이가 됐듯이 인도도 버림받은 것입니다. 부산시 건설본부는 "설계할 당시에는 걷기에 대한 관심이 적었기 때문에 교량에 인도를 놓을 생각을 못했다"고 궁색한 변명을 내놨습니다.

    부산 사상구 감전사거리에서 잘 오던 인도가 끊겼다. 왼쪽이 낙동강 둔치. 주거지에서
     다대항 배후도로를 건널 수 있는 길도 없어 찾는 이가 아무도 없다.

인도가 끊긴 것 보다 더 큰 문제는 다대항 배후도를 건너서 낙동강 둔치로 갈 수 있는 길이 없다는 겁니다. 구포나루~삼락체육공원 입구 4㎞ 구간의 다대항 배후도로와 주거지를 잇는 접근로가 한 곳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끊긴 인도로 갈 수 있는 길조차 없는 것입니다.
부산 화명 ~사상구 감전동의 보행로는 크게 3가지입니다. 구포대교를 기준으로 왕복 8차선 도로를 건너면 제방이 나옵니다. 제방에서 낙동강 쪽으로 왕복 8차선의 다대항 배후도로, 구포대교, 부산지하철 3호선 교량이 첩첩이 놓였습니다. 길이 없으니 도저히 건널 수 없습니다. 여기선, 결코 낙동강이 인간의 몫이 아닙니다.

뜬금없이 다대항 배후도로 이야기를 꺼낸 것은, 앞서 말한 것처럼 낙동강 때문입니다. 낙동강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도로가 엉망이다보니, 낙동강 하류 4대 둔치인 화명-삼락-맥도-대저둔치를 걸어서 한바퀴 도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합니다.  
일본 규슈의 나가사키(長崎)시가 개발한 42개의 걷기코스에는 매년 400만 명의 관광객이 찾습니다. 걷기는 레저가 아니라 산업입니다. 나가사키 관광청에 따르면 한 해 관광객의 지역경제 파급효과가 약 1조2900억 원(865억 엔)에 달한다. 웬만한 대기업 2~3개보다 지역경제 기여도가 훨씬 큰 셈입니다. 360만의 부산이 105만 명의 관광객(2008년 기준)을 끌어들인 것과 확연히 비교됩니다. 부산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낙동강 하류를 내팽겨친 부산시와는 확연히 비교됩니다.

    도로 건설에 떼밀려 샛강으로 이전해 명맥을 잇고 있는 구포나루.

구한말 구포에는 일본으로 쌀을 수출하는 정미업이 번창했습니다. 나루터에 배가 닿으면 배에서 나락을 내리고, 정미소에서 나온 쌀을 일본 배에 싣는 작업을 하기 위해 배와 육지 사이에 나무다리를 걸쳐놓고 짐을 메고 오르내리던 노역자들이 부르던 노래가 구포 선창노래다. 2절 가운데 1절만 전합니다.


낙동강 칠백리에 배다리 놓아놓고
물결따라 흐르는 행렬진 돛단배에
봄바람 살랑살랑 휘날리는 옷자락
구포장 선창가에 갈매기만 춤추네

낚시배 몇 척만 지키고 있는 구포나루에는 이제 갈매기 울음도 많이 잦아들었다.
▲다대항 배후도로는 = 부산 사상구 감전사거리~덕천 IC를 잇는 9360m의 왕복 8차선 도로. 1996년 착공해 2007년 완공됐다. 총 사업비는 2687억 원. 2011년 완공되는 화명~양산 도로(5.5㎞)와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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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윤태 2009/06/21 13: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앵. 길에 사람다니는 인도가 없다니...
    우째 이런일이..

  2. 갈매기 2009/06/21 15: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헐...구포 사는 저도 저 길에 인도가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습니다. 저 쪽으로 가는 길도 없을텐데...

  3. 2009/06/21 15: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4. 연예인노출사고 2009/06/21 16: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요즘 인도 찾기가 어려운듯 ...

  5. 로드무비 2009/06/21 21:0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하루빨리 ,,연결인도를 건설하여,,걷고싶은길을 만들어,,시민들의 걷기에 도움이 되도록 해야 겠습니다.

  6. 펨께 2009/06/22 06:4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한치의 앞을 내다보지못하고 건설하시는 분들 좀 안타까운 생각이 드는군요.

  7. 뭐지 2009/06/22 07: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시공을 이장로가 했는듯...
    참.....ㅁㅂ스럽네요..

  8. ToBe에이스 2009/06/22 07: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서울이나 부산이나, 거기서 거기네.

    서울에서는..
    내가 다니는 학원근처에 보면, 버스 중앙차로 만들고 있다.
    문제는 인도를 약 1.5 정도 씩 깍아먹으면서 버스 중앙차로 공사하고 있다.
    양쪽 합하면 3미터 정도 된다.

    우리나라에서 삽집에 인도는 필요없는 듯하다. ㅠㅠ
    사람들이 편안하게 다닐 수 있는 삽집이 필요해.

  9. 비바리 2009/07/10 08: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요즘 자전거타기 운동도 지방마다 많이 벌이고 있지만
    실제 우리나라 도로는 자전거 타기에는 부적합하며 위험천만하기만 합니다.
    인도도 마찬가지..
    자동차 중심이지.절대 사람중심의 도로는 아닌듯..
    개탄할 일입니더.

광안리~해운대 '휴먼브리지' 잇자

걷기혁명 그린워킹 | 2009/05/06 22:11 | Posted by 이스크라90
부산 해안길 219㎞ 가장 상징적 결절구간
민락수변~마린시티 '보행 전용교' 설득력
완공땐 새 랜드마크…부산시도 "적극 검토"

 
  그린워킹 답사팀이 부산 수영구 민락수변공원에서 바다 건너 해운대 마린시티쪽을 보며 '휴먼 브리지' 개설 방안을 토론하고 있다. 다리를 놓게 된다면 광안대교 교각을 활용할 수 있다. 박창희 기자
 
   관련기사
수영만 '휴먼 브리지' 제안
왜 보행자 전용 다리인가
부산 광안리에서 해운대까지 걸어가는 길이 있을까. 물론 있다. 하지만 불편과 짜증을 감수해야 한다. 소음과 매연을 견뎌야 하고 육교를 오르락내리락해야 한다. 바다 구경도 하기 어렵다.

해운대 우동에 사는 최낙상(53·자영업) 씨는 광안리 가게까지 자주 걸어서 출퇴근한다. 건강을 챙기면서 생각할 여유를 갖기 위해서다.

그런데 걷는 길이 고역이다. 인도가 툭하면 끊어지고 동선이 어지럽다. 수영2호교 주변에선 육교를 찾아 부산MBC 쪽으로 올라갔다가 다시 나와야 한다. 민락수변공원까지 빠져나와야 겨우 바다를 온전히 볼 수 있다. 민락수변공원 해안길은 언제 걸어도 상쾌하다. "아, 여기서 해운대 마린시티를 잇는 보행자 전용 다리가 있다면…."

 
지난 주말 본지 그린워킹팀에 이 내용을 제보한 최 씨는 자신의 의견을 조리있게 설명했다. 충분히 경청할 만한 얘기였다.
"부산 해안길 219㎞를 연결해보자는 기사를 보고 '이거구나!' 싶었어요. 반드시 연결할 곳이 있지요. 광안리~해운대 결절 구간입니다. 가 보면 알아요. 이곳에 보행자 전용 다리가 놓이면 좋은 걷기코스가 될 것은 물론 랜드마크로 활용할 수 있어요."

그는 다리 이름을 가칭 '휴먼 브리지'라 칭하면서 광안대교 교각 받침을 활용할 수 있어 공사비도 많이 들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의견'을 접수한 그린워킹팀은 '부산 길걷기 시민모임' 관계자들과 곧바로 현장을 답사했다. 최 씨의 지적은 조금도 과장이 없었다. 다리가 놓여야 할 지점은, 민락수변공원의 동쪽 끝(롯데캐슬비치 앞)에서 해운대 마린시티(아이파크 공사장 앞) 해변 사이였다. 광안대교 39번, 40번 교각 사이다. 거리는 약 550m . 광안대교의 형하고(배가 다닐 수 있는 높이)가 35m라고 하니 수영만 요트경기장에도 지장을 줄 것 같지 않다.

 
한국해양대 이한석(해양공간건축학부) 교수는 "부산 전체 해안을 친수공간(워터프런트) 벨트로 꾸민다는 개념에서 광안리~해운대를 잇는 보행자 다리는 매우 신선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아예 바닷속을 걷게 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해양디자인협회 김영숙 부회장(일리드 디자인연구소 소장)은 "광안대교가 랜드마크가 되어 있는 상황에서 또 하나의 다리는 경관 저해요소가 될 수도 있다"며 "차라리 이곳에 바닷속을 지나는 해안터널, 가칭 '블루 오션 웨이(Blue Ocean Way)'를 만들어 명품화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이 같은 논의에 대해 부산시 이종철 행정자치관은 "부산의 해안선 219㎞를 연결해 명품 걷기코스로 만드는 방안이라면 보행자 다리를 적극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부산을 '걷고 싶은 도시'로 만드는 흥미로운 논의가 서서히 불붙고 있다.
박창희 김성한 기자 chpark@kookje.co.kr  입력: 2009.05.05 22:01 / 수정: 2009.05.06 오후 3: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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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색이로다, 절벽의 길이여!
제주올레 밋밋한 동선보다 천혜의 울릉도 행남산책로보다
빼어난 풍경과 뛰어난 접근성 전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관광자원
해녀들의 물질하는 풍경에 영도등대 수직단애 비경 더해 뭇사람의 넋을 빼놓네

 


기암괴석에 총총이 박힌 철제산책로, 고래 조형물이 세워진 모래 해변과 바다를 가로지르는 대교를 두 발로 건넌다. 이후 제주 앞바다만큼이나 많은 해녀와 조우하고, 태고적 신비가 묻어나는 까마득한 수직 해벽을 자박자박 걸어본다. 끄트머리가 닿지 않는 태평양은 도보여행 내내 병풍처럼 펼쳐진다.

부산 서구의 암남공원~남항대교~영도 절영산책로~태종대에 이르는 해안 코스는 부산의 전체 해안길 219km 가운데 가장 아름답고 걷기 좋은 해안 코스다. 놀랍고 진귀한 풍광 그리고 뛰어난 접근성은 국내는 물론 전세계에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해안 산책길이다. 미흡한 부분을 보완하여 홍보만 제대로 한다면 그 자체로 관광자원이 되는 곳이다.

■ 완벽한 인공 해안길

'암남공원~태종대' 해안길은 끊기거나 막히지 않고 모두 외길로 이어져 있다. 암남공원 내 숲길 탐방로와 태종대 순환로를 포함할 경우 연장 거리만 17㎞에 달한다. 더욱이 구간 대부분이 자전거나 인라인스케이트는 다닐 수 없는 '걷기 전용길'이다.

 
  억겁의 세월을 걷는 기분이 이러할까. 태고의 신비감이 묻어나는 태종대 기암절벽 위에 놓인 산책로. 그 위에 100년을 넘긴 영도등대가 있다. 김성한 기자
특징이라면 자연발생적인 길이 아니라 삽과 곡괭이로 개척한 인공 해안길이란 것. 영도의 절영해안산책로와 지난 2006년 시민에게 빗장을 푼 송도해안산책로가 대표적인 경우다. 두곳 다 가파른 절벽에 철제 계단과 난간을 놓아 애당초 없던 길을 만들었다. 천혜의 바다풍광과 조화를 이루며, 울릉도의 행남해안산책로에 견줘도 뒤지지 않는 부산의 대표 명소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7월에 개통한 남항대교 역시, 공동어시장과 선박수리단지 등으로 사실상 맥이 끊겼던 해안길을 새로 이어놓았다. 우회길을 단축시킨 것 말고도 남항 일대를 바라보며 바다를 건너는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 제주올레를 닮은, 혹은 능가하는

영도 해안길, 특히 절영해안산책로를 걷다보면 제주 바다에 와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질 때가 많다. 풍광도 풍광이거니와 바로 해녀 때문이다. 주황색 태왁을 끼고 물안경과 까만 잠수복을 입고 물질에 바쁜 해녀들을 무시로 볼 수 있다. 영도 어촌계에 등록된 해녀만 186명, 부산 앞바다에 모두 1059명의 해녀들이 흩어져 있다. 여전히 제주 사투리가 입 밖으로 튀어나오는 '출가 해녀'들이 대부분이다. 주로 오전에 물질을 하고 한번 바다에 들어가면 4~5시간 작업을 한다. 새가 물 속의 물고기를 낚아채 듯 두 다리를 세우고 잠수하는 모습이 진귀하다. 쉽게 볼 수 없는, 활용 가능한 관광자원임에 분명하다. 영도 중리선착창의 해녀촌이 제일 유명하다.

 
  감지해변으로 내려가는 언덕길.
현재 국내의 걷기 코스 가운데 가장 성공적인 모델이 제주의 올레길이다. 2007년 하반기 서귀포에 첫 코스가 개발된 이래 현재까지 모두 12개 코스 210㎞의 해안길이 열렸다. 지난 한해 3만 명의 관광객이 올레길을 밟았고 입소문이 번지면서 올들어 매달 1만 명 가량이 찾아온다고 한다. 외줄기 해안길 하나가 제주 관광의 판도를 바꿔 놓고 있다. 부산의 해안길 개발의 롤모델로 제주 올레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이유다.

제주 토박이 눈에는 부산 바다가 어떻게 비칠까. 제주관광협회 김호준 소장(부산홍보사무소·작은 사진)은 "제주 바다에 없는 부산만의 볼거리가 부산 해안길의 강점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김 소장은 "남항 앞바다에 무수히 떠 있는 선박, 대형 조선소 심지어 해변에 늘어선 대형 아파트들도 외지인들에겐 놀라운 구경거리가 된다"면서 "제주 올레가 평온하면서 밋밋하다면 부산의 해안길은 변화무쌍해 오래 걸어도 지루함을 못 느낀다"고 말한다.

파견 근무로 1년째 영도에서 생활하는 김 소장은 제주 집으로 가지 않는 주말이면 어김없이 부산 해안을 두 발로 걷는 걷기 마니아다. 감지해변으로 내려오는 언덕길에서 바라보는 바다 풍광이 가장 '드라마틱'하다고 추천한다. 마치 배와 바다가 허공에 둥둥 떠있는 듯한 착시가 일어난다.

■ 암남공원과 태종대의 재발견

면적 55만㎥(17만 평)의 암남공원은 기암벼랑 위에 숲이 밀림처럼 우거진 대표적인 도심공원이다. 탐방로가 전부 흙으로 덮여 걷기에 이상적이다. 바다 조방이 가능한 망루 3개와 지난 2002년 부산비엔날레에 전시된 대형 조각물 11점이 산책로에 세워져 있다. 특히 1억년 전에 형성된 것으로 보이는 붉은 퇴적암 지층이 눈을 사로잡는다. 나무섬, 형제섬 등 부산 앞바다에 떠 있는 크고 작은 무인도가 걷는 재미를 더한다.

따로 부연 설명이 필요없는 태종대는 2006년 9월부터 입장료 무료화가 실시되면서 걷기 전용길로 자리잡았다. 유원지 안에는 차량, 자전거, 인라인스케이트가 다니지 못한다. 순환 탐방로는 4.3㎞. 유원지 입구 양쪽 500m 가량 우레탄이 깔려 있고 나머지는 보도블럭이다. 순환열차 '다누비'가 순환로를 다니기 때문에 걷기와 승차를 병행할 수 있다. 국가지정 명승지답게 걷기 경관이 단연 압권이다. 한반도의 모든 해안 비경이 태종대에 이르러 완성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기기묘묘하다. 특히 영도등대 아래, 높이 100m가 넘는 수직단애 위에 절묘하게 놓인 산책길이 백미다.

■ 그래도 부족한 2%

길은 있되 길을 알려주는 안내판이 없다. 남항대교를 통해 영도로 건너 가려면 대교 중간에 설치된 교각을 통해 상판에 올라야 하는데 인근에 아무런 표지판이 없다. 지역주민이라도 초행길이면 헤매기 쉽상이다. 마찬가지로 영도 쪽 남항대교 출구에도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지 않다. 중리해변에서 태종대로 가려면 해녀촌을 통해 언덕을 넘어야 하는데 이 역시 안내 표시가 없다. 어른 한 명이 겨우 드나들 해녀촌의 좁은 길목도 개선점으로 지적된다. 얼핏 봐선 길로 보이지 않는다. 이밖에 언덕에 가로놓인 전선이 축 처져 통행시 감전의 위험이 크다. 정비가 시급하다.

국제신문·부산광역시·부산길걷기시민모임 공동기획
김성한 기자 honey@kookje.co.kr  입력: 2009.04.29 20:37 / 수정: 2009.04.30 오전 12:4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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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 달인들' 길위의 방담

# 방담 일시=27일 부산 사하구 일웅도(을숙도 상단부)참석자
▶최화수(62) 전 국제신문 논설주간 봉생문화재단 부이사장
▶김상화(57) 부산길걷기시민모임 공동대표 낙동강공동체 대표
▶윤정준(42) 지리산 '숲길' 조사팀장
▶배유안(51) 청소년 소설 작가
▶최을식(64) 도보여행가
▶이준경(44) 생명그물 정책실장
 
  걷기 방담 참가자들이 부산 사하구 일웅도(을숙도 상단부) 옛길을 걸으며 을숙도의 추억과 시민 참여 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서순룡 기자 seosy@kookje.co.kr
'일웅도 길'을 아시는지….
부산 사하구 하단동 을숙도 상단부에 동그마니 들앉은 섬 아닌 섬.
지금은 을숙도라 통칭되지만, 원래는 엄연히 일웅도(日雄島)라 불리던 하중도였다. 나이 사십을 넘긴 이라면 '아, 그 쥑이는 갈대 숲길!'하고 추억에 젖을 것이다. 무성한 갈대숲과 고즈넉한 수로, 똥다리, 갈대밭 사이의 밀어, 장엄한 낙조는 눈물나게 아름다운 풍경이었다고 한다. 1987년 들어선 낙동강 하굿둑과 함께 옛 이야기가 되어 버린 일웅도, 그 추억의 옛길을 본지 그린워킹팀과 '걷기 달인(마니아)' 6명이 함께 걸었다.

청소년 소설을 쓰는 배유안 씨는 "30년만에 다시 밟아보는 길"이라며 감격했고, 최화수 봉생문화재단 부이사장은 "더 이상 손대지 말고 원형을 살려 걷기 코스로 만든다면 명품 강변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 길걷기 시민모임 김상화 공동대표는 "우리가 잃어버린 길의 원형이 여기에 있다"며 "부산시민들도 이 길을 걸어볼 권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웅도로 들어가는 길이 없다. 한국수자원공사 부산권관리단 사무실 뒤편 물양장의 철문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문이 굳게 잠겨 있다. 이 물양장은 평소에 준설가설사무소로 쓴다. 낭패다. 일웅도 옛길에서 갖기로 한 걷기 방담이 난관을 만났다. 담치기를 해야 하나? "길이 없으면 뚫어야지!" 김상화 대표가 이곳 저곳을 기웃거린 끝에 오솔길을 찾아낸다. 갈대 숲속에 희미한 길 한줄기가 나타난다. 뜻하지 않게 들어선 갈대 숲길이 운치 그만이다.

"너무 좋네요. 금세 마음이 푸근해지잖아요. 갈대 숲길이 주는 힘이죠. 옛날엔 이곳이 내로라는 문화계 인사들의 작품 생산지였고 좀 논다는 젊은이들의 성지 순례지 같은 곳이었어요."(최화수·이하 존칭 생략)

"이만큼이라도 남아 있어 다행입니다. 1980년대 이후 다시 찾아온 길이니 약 30년만의 답사네요. 감격입니다. 감각이 살아나는 것 같네요."(배유안)

 
 
 
"우리가 잊고 있던길입니다. 오늘 정말 뜻깊은 길을 찾아 걷게 되는군요."(김상화)
갈대 숲길은 아쉽게도 길지 않았다. 빠져나오니 일웅도 둘레길이다. 일웅도 외곽을 따라 약 2㎞ 가량 이어져 있다. 모두 흙길이다. 발끝에 닿는 감촉만으로도 행복하다. 차량도, 인적도 없다. 곁에는 1300리를 흘러온 낙동강이 묵상 중이다. 흠씬 넓어져 있는 강폭이 마음을 시원하게 뚫어준다.

"흙길이 최고지요. 흙을 돋우면 들이고 더 높이면 산이죠. 흙길을 밟는 것은 원초적 본능을 만나는 겁니다. 소 먹이러 다니던 길이 생각납니다. 다니다 보면 길이 되었지요. 부산의 해안길은 좋은 곳이 많은데, 데크 같은 인공시설이 많아 안좋아요. 인공시설은 최소화하고 되도록 자연미를 키워야 합니다."(최을식)

인터넷 카페 '인생길 따라 도보여행' 회원인 최 씨는 연간 2000㎞를 거뜬히 걷는 도보여행가다. 60대 중반이란 나이가 믿기지않을 정도로 표정이 맑다.

 
  배유안
 
  윤정준
배유안 씨는 지난 23일자 본지에 실린 '올레길도 울고갈 명품 해안길 219㎞' 기사와 부산 해안 지도를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평소에 잘 몰랐는데, 끊어질 듯 구불구불 이어진 해안길을 보는 순간 가슴이 마구 뛰었어요. 저게 소통이구나, 통하는 거구나 했죠. 길이 도시를 바꿀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했구요."(배유안)

최화수 부이사장은 상념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듯 '을숙도 비화' 한 자락을 끄집어냈다. "갈대가 어른 키보다 더 컸죠. 갈대숲 군데군데에 옴팡한 둥지가 만들어지곤 했어요. 들어가 숨으면 바로 모텔인 겁니다. 그 사랑의 둥지를 거쳐간 사람들이 결혼하고 그랬어요." 순간 최 전 주간의 눈시울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이어 그는 여담 한자락도 펼쳐 놓는다. "80년 이전엔 국제신문에도 '을숙도당'이 있었어요. 하단 에덴공원에서 한잔 하고 똥다리 건너 을숙도 순례를 하던 무리죠.

 
  이준경
 
  최을식
뻑 하면 몰려 갔어요. 그러니 당이지…."

김상화 대표는 이름을 지어주자고 제안했다. "얼마나 멋집니까. 일웅도 길은 이대로 놔두고 물길만 살짝 뚫어줘도 명품이 됩니다. 을숙도 하단부의 둘레길을 '을숙이 길'로, 상단부의 둘레길을 '일웅이 길'로 하면 어떨까요."

김 대표는 현실로 돌아와 시민의 걸을 권리를 주장했다. "이런 곳에 개발 논리가 적용돼선 곤란합니다. 시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 필요가 있어요."

"경주에 가면 '신라의 달밤'이란 걷기 행사가 있습니다. 약 65㎞를 밤새워 걷는데 작년엔 5200명 정도가 왔어요. 신라라는 브랜드 말고는 코스가 별 게 없어요. 그곳에 비하면 부산의 다양한 길들은 경쟁력이 있는 겁니다. 바다를 끼고 돌아가는 해안길의 야경은 얼마나 대단합니까."(최을식)

"저는 걸으면서 글감을 얻습니다. 걷다 보면 몸이 사유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지요. 책상에서 하는 궁리와는 차원이 다릅니다."(배유안)

걷다 얘기하다를 반복하던 일행은 어느새 일웅도 북단에 이른다. 두리반처럼 길이 굽이져 돌아간다. 보는 것만으로도 기쁨을 주는 강변길이다.

"을숙도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일웅도란 이름이 사라진 것은 따져보면 인간의 탐욕 때문이죠. 여기 오면 인간은 고해성사를 해야 합니다. 겸허한 반성과 성찰이 있어야 하는데, '일웅이 길'을 되살리는 것이 구체적 방법론이라 할 수 있어요."(김상화)

"을숙도에 많은 돈을 들여 이런저런 구조물을 세웠지만, 옛날보다 좋아진 게 아무 것도 없어요. 지금부터라도 자연을 남겨두는 게 최고의 자산이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순천만을 보면 길이 보입니다."(최화수)

이날 방담엔 지리산 손님 한 분이 합세했다. (사)지리산 숲길 윤정준 조사팀장이다. 부산이 고향인 윤 팀장은 도보여행 전문가로서 '지리산 둘레길'을 뚫은 산파역이다.

"(지리산 길엔) 너무 많이 와서 탈입니다. 폭발 수준이에요. 걷고 돌아가는 길엔 택시가 호황입니다. 오는 사람을 조사해 봤더니 가족이나 연인, 계모임에서 많이 와요. 심지어 시아버지와 며느리가 함께 옵니다. 세대 간 소통, 교육이 함께 이뤄지고 있는 겁니다."(윤정준)

"강에 여울이 있듯이 길에도 굴곡과 흐름이 있습니다. 이 흐름을 따라가는 것이 소통이죠. 사포지향의 도시 부산이 가진 다양한 자산들이 길을 통해 흐르게 해야 합니다."(김상화)

"프랑스 등 유럽에선 걷기가 레포츠 개념으로 정착이 됐더군요. 프랑스에는 '장자크 루소의 길' 같은 테마길이 인기더라구요. 파리에는 가이드북이 볼만 했어요. 그 쪽에도 길이 많지만 우리보다 예쁘지는 않더군요."(윤정준)

"부산 삼락강변공원에 오는 이들을 조사했더니 운동하는 사람보다 산책 또는 산보하러 오는 사람이 더 많다고 합니다. 도시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보여줍니다."(이준경)

"길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너무나 많습니다. 수직이 아닌 수평의 문화, 네트워크를 통한 지역공동체 형성 등이 그것이죠.

근·현대사가 흐르는 부산은 장소성을 중시하는 테마 걷기코스를 개발할 필요가 있습니다. 로마군대가 지나간 길을 걸으면 그 당시 함성소리가 들린다고 하듯이, 부산에도 그러한 역사 문화의 길이 많지 않습니까."(윤정준)

"지금까지 도시의 길은 차량중심적, 수동적 길이었습니다. 도시가 차량에 길을 뺏겼다고 봐야지요. 그 길을 찾아야 합니다. 걷기를 통해 자율적 주체로서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새로운 시민'을 탄생시키는 겁니다. 그린워킹은 도시의 가족 공동체를 회복하는 기폭제가 될 수 있습니다."(이준경)

"길 걷기 프로그램 개발은 시민사회 몫입니다. 당국은 구역별 분야별 네트워크를 지원할 수 있겠죠. 보행자 전용 인도교 건설도 필요합니다. 상징성이 있거든요. 공공미술 개념으로

랜드마크 차원에서 접근하면 또다른 명물이 될 수 있습니다."(윤정준)

"보행권도 본격 제기해야 합니다. 시민들은 쾌적하게 걸을 권리가 있습니다. 쾌적하게 걸을 수 있으면 외지에서 걸으러 옵니다. 그게 곧 그린워킹 문화혁명입니다."(김상화)

진행·정리=박창희 국제신문 기획탐사부장
  입력: 2009.04.28 21:25 / 수정: 2009.04.29 오후 4:3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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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그린워킹' 시동 걸렸다
 
  걸어서 행복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21일 저녁 부산 동래지하철역 아래 온천천에서 걷기 동호회 회원들이 신나게 걷고 있다. 이력이 쌓인 회원들은 한해 1000㎞ 이상을 걷는다고 한다. 박수현 기자 parksh@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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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을 '걷고 싶은 도시'로 만드는 프로젝트가 가동됐다. 추진 주체는 국제신문과 부산시, '부산 길걷기 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이다. 모두들 '살기 어렵다, 전망이 안보인다' 하고 말하는 이때 '최저비용 최대효과' '긍정과 행복'을 가져다주는 걷기를 통해 삶의 신명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숨쉬는 문화혁명!

우리는 이 프로젝트에 '문화혁명'이란 거창한 슬로건을 내걸었다. 걷기라는 원초적 행위 속에 사회생활과 인간관계의 모든 것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웰빙, 로하스, 슬로우 라이프, 저탄소 녹색운동 등 그 어떤 개념도 걷기가 수반되지 않고는 실현되기 어렵다. 21세기 지속가능한 생태도시, 창조도시로 나아가는 길도 여기에서 출발한다. 걷기가 문화혁명으로 승화돼야 하는 이유다.

그린워킹(Green Walking) 역시 이러한 취지에서 발아했다. 속도와 성장 일변도의 삶을 되돌아보고 혼란한 시대에 사람의 길을 찾는다는 의미도 새겼다. 따라서 그린 워킹은 단순히 걷는다는 의미를 넘어 스스로 성찰하고 소통하며 대안을 찾는 적극적인 생활 문화운동이라 할 수 있다.

시민모임 하수근 공동대표는 "힘들고 어려운 때일수록 본성과 원형을 찾는 노력이 중요하다"면서 "그린 워킹이 우리 사회에 하나의 나침판 구실을 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생명그물 구영기 대표는 "걷기를 통해 온난화의 주범인 CO₂ 문제를 해결하는 지혜를 찾을 수도 있다"면서 "이벤트 중심의 걷기보다 내면을 성찰하는 방향으로 진행됐으면 한다"고 주문한다.

■다양한 걷기 콘텐츠

국제신문과 시민모임은 올해 걷고 싶은 코스 개발, 길 해설사 양성, 안내표지 부착, 가이드북 제작 등 다양한 사업을 기획하고 있다. 이 가운데 '길 해설사(가이드) 양성 아카데미'는 국내에서 처음 시행되는 프로그램으로 걷기운동의 새 지평을 열어갈 전망이다. 시민모임 간사인 이준경 (생물그물 정책실장) 씨는 "길 해설사는 지속가능한 도시를 위한 그린웨이를 이해하고, 길이 갖는 역사 문화 생태적 가치를 전파하는 선봉"이라면서 처음하는 사업이라 1차로 30명 정도를 양성한 뒤 점점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길 해설사 양성 대상자는 부산시민 중 1년 이상의 다양한 해설사 경력자로 국한했다. 기본 소양을 갖춰야 길 안내 활동이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 교육일정은 27일부터 5월 11일까지 10개 강좌다. 장소는 부산 연제구 지하철 교대앞역 8번 출구에서 150m 떨어진 생물그물 강의실이다.

시민모임은 이밖에도 국제신문과 함께 길찾기 및 길뚫기 탐사를 진행하고, '영남대로를 걷다' '동해안 트레일을 가다' '섬을 걷는다' 등 다양한 테마 걷기 기획을 병행한다.

■걸음아 날 살려라!

바야흐로 걷기 열풍이다. 정부, 자치단체, 민간 할것 없이 걷기사업과 캠페인을 전개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다. 환경부는 지난해 3월부터 생태탐방로 조성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 사업은 2017년까지 1600억 원을 투입, 2500㎞의 생태탐방로를 개설하는 것이 골자. 이에 발맞추어 경북도는 지난해 시범사업으로 안동호 상류 낙동강을 따라 '퇴계 오솔길'을 냈다.

산림청은 오는 2016년까지 전국 7개 권역 12곳에 '체험 숲길' 1500㎞를 만들고 있다. 덕분에 지리산 둘레길이 조성되었고, 지리산 일대에 도보여행꾼들이 몰리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전국에서 열린 걷기행사만 300여 개에 달하고, 서점가에선 걷기 관련 책자가 베스트셀러가 된지 오래다. 인터넷에는 1만 명이 넘는 초대형 걷기 동호회가 속속 생겨났다.

사람들은 왜 걸을까. "걷는 순간 행복해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걸으면서 노는 재미는 혼자서 컴퓨터를 두들기며 노는 것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그래서 아이들도 데리고 나와야 한다.

"부산에 걸을만한 좋은 길이 있나?" 지난해 '부산의 길'을 집중 답사한 시민모임 측이 이 의문에 답을 준다. "좋은 길이 많다. 연안길·수변길·해안길·강변길·숲길 등 멋진 걷기코스가 골고루 다 있다. 제주 올레, 지리산 둘레길이 부럽지 않다."

부산의 미래가 어둡다고 느끼지만, 그래도 이 도시에 정을 붙이고 살아야 한다면 불평 대신 창조적인 대안을 찾아보자. 가장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은 '걷는 길'이다.

길 해설사 양성 및 걷기 관련 문의 (051)507-1857

'그린워킹' 사업 추진 계획 

사업 항목

일정

사업 내용

비고(장소)

부산의 길 추진위원회 발족

4월 8일

시민단체,  전문가,  시민,  행정 공동 추진

생명그물

국제신문·시민모임 MOU

4월 21일

그린워킹 사업·보도 등 합의

 

초청 강연회

5월

도보여행가 또는 전문가 초청

부산시청

부산 및 전국 워크숍

10~11월

길 걷기 주제 워크숍

 

길 아카데미-해설사 양성

4~5월

10개 강좌 아카데미 개설

 

부산 그린워킹 가이드북 제작

12월

지도 및 가이드북 제작

 

부산 그린워킹 미래구상

6~12월

부산시 등에 제안 공동추진

 

부산의 길 걷기 행사

5~12월

월 2회 이상

부산 전역

길 걷기 축제

9~11월

길 표지석,  무동력 이벤트 등

 

부산 그린워킹 포스터 제작

5월 중

홍보용 포스터 제작 배포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제작

4~6월

홈페이지 구축 작업 중

 

국내 선진 그린워킹 답사

6~10월

제주 올레,  지리산 숲길,  낙동강 도보대탐사 등

 

국외 선진 그린워킹 답사

8~9월

일본 요코하마,  시코쿠 등 방문

 

박창희 기자 chpark@kookje.co.kr

  입력: 2009.04.22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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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어질 듯 해안길 모퉁이로 삶은 이어지더라
해산물 건져 올리는 해녀들 가쁜 숨비소리
소금기 머금은 갯마을 살랑바람…도심을 살짝 벗어난 그곳에
우리 지친 삶 살포시 부려 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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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홀릭 모임 `인생길 따라 도보여행`
눈을 감고 상상해보자. 켜켜이 돌담을 두른 갯마을 부둣가, 여린 봄볕 아래 동네 아낙들이 삼삼오오 미역을 말리고 있다. 그 옆 바닷가 덕장에는 오징어들이 해풍에 몸을 오그린다. 수천 마리 갈매기떼가 허공에서 집단 춤사위를 벌이고 해산물을 건져 올리는 해녀들의 가쁜 숨비소리가 파도에 섞여 밀려온다. 깎아지른 해벽 산책길 밑으로 감청빛 파도가 밀려와 철썩 하고 부서진다. 저녁놀이 깔린 오후의 백사장. 활주로만큼 너른 개펄 위로 꼬마게들이 더듬이를 세우고 저녁 마실에 나선다. 바다를 가로지른 거대한 다리들이 알록달록한 조각빛을 던지며 별빛, 달빛을 대신해 해안길을 밝힌다.

대한민국의 이름난 해변 명소를 모아놓은 듯한 이곳은, 다름 아닌 부산의 해안길이다. 부산의 219㎞ 해안길은 우리 국토의 아름다움을 집약시켜 놓았다. 제주 올레, 지리산 둘레길 못지않은 부산의 명품길이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장면이다. 지난해 12월 '부산의 길걷기 워크숍' 강연을 위해 부산을 찾은 서명숙 (사)제주올레 이사장도 "부산의 특성을 살리는 바닷길이 이어진다면 부산의 올레길이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 살아있는 부산 해안길

부산에서 사람이 걸을 수 있는 해안길을 찾아보았다. 우선 해안길의 개념을 바다와 맞닿은 쾌적한 해변산책로와 바다 조망이 가능한 우회길을 포함할 경우, 강서구 매립지와 부두·해운업체가 밀집한 항만 등을 제외한 해안 대부분이 어떤 형태로든 연결되어 있다. 물론 여기서 다시 '걷기 좋은 길'과 '길은 있지만 걷기에 부적절한 길'로 나눠진다. 〈지도 참조〉

난개발 등으로 막연히 끊겼거나 사라졌을 것으로 여겨지던 부산의 해안길이 질긴 생명력을 발휘하고 있다. 마을과 마을 간의 소통과 왕래를 위해 자연발생적으로 뚫린 해안길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게 달맞이언덕의 '문탠로드'에서 뻗어나온 숲길. 청사포의 윗마을과 다시 해안 초소를 에둘러 송정의 구덕포까지 이어진다. 차량이 보행자를 위협하는 달맞이언덕의 도로와 달리 평탄하고 아늑한 해변 숲길이다.

송정해수욕장 인근 공수마을(기장군 시랑리)도 부둣길과 언덕의 고샅을 통해 용궁사 입구까지 죽 이어진다. 자동차 내비게이션에도 나오지 않는 소로다. 기장군의 해안가에 자리잡은 갯마을 상당수가 이런 좁은 해변길로 서로 연결되어 있다.

 
그런가 하면 서구의 암남공원, 영도구의 절영산책로, 남구의 이기대공원 산책로는 자치단체들이 의욕적으로 나서서 없던 해안길을 새로 만든 경우다. 지난해 개통한 영도구의 동삼해수천은 매립지 공사로 수십 년간 인근 주민들을 괴롭혀 온 배수로를 바닷물이 흐르는 2.2㎞ 친환경 산책로로 꾸며 놓았다. '걷기 좋은 도시'로서의 인프라는 어느 정도 갖추어져 있다.


■ 고쳐가야 할 점

대변항이 빤히 보이는 바다 위 기암절벽 꼭대기에 세워진 사당. 해안 사찰 해광사의 유명한 오랑대다. 이웃 동암마을 해변 끝자락에서 해벽만 건너면 닿을 거리지만 3㎞를 우회해야 한다. 바로 앞에 해안 초소가 있기 때문이다. 기장군의 원죽마을도 고개 하나만 넘으면 어촌마을 학리와 이어진다. 어른 걸음으로 15분 정도 걸리는 이 고갯길은 그러나 공장이 들어서면서 길을 막아 8㎞ 가량을 돌아가야 한다. 해안가 두 마을의 교류는 사실상 완전히 단절된 상태다.

 
'부산의 올레길'을 만들려면 이런 끊어진 해안길을 잇는 것이 선결 조건이다. 사유지나 군사시설을 침범할 수 없다면 가장 가깝고 걷기 좋은 우회길을 확보해야 한다. 제주 올레 역시 이런 끊어진 길을 붙이고 잇는 작업에 가장 많은 시간과 열정을 쏟았다고 한다. 길은 있지만 걷기에 부적합한 길도 걸림돌이다. 대변항 이후의 해안도로와 가덕도 일주도로 대부분이 인도가 없거나 협소해 보행시 위험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


■ 부산 바닷길만의 매력

부산 해안길의 매력은 뭘까. '부산 길걷기 시민모임'의 이준경 간사는 '해안가에 보석처럼 박힌 갯마을'을 맨 먼저 꼽았다. 실제 송정과 기장의 해안길에 들어앉은 포구마을은 동해안에서 만나는 여느 어촌 풍경을 품고 있다. 이런 풋풋한 갯마을이 도심과 지근거리에 있다는 것 자체가 정겹고 신선하다.

 
제주 올레길의 성공 요소 중 하나는 고가의 전시관이나 번잡한 관광지와 멀찌감치 떨어져 있다는 점이다. 대신 마을을 관통하며 그 속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의 삶을 피부로 느끼게 해준 게 관광객의 마음을 움직였다. 걷기는 눈이 아닌 몸이 느끼는 체험여행이다. 허름한 민박집이 몰려있는 송정역 부근 돌담마을도 그런 면에서 인상적이다.

부산의 7개 해수욕장과 빼어난 절경을 자랑하는 이기대, 신선대, 몰운대, 태종대 등 경승지들이 해안길에 널려 있어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것도 부산 해안길의 매력이다. 또 중리 해변의 해녀촌처럼 부산 앞바다에서 물질하는 해녀들도 훌륭한 관광상품으로 활용될 수 있다. 이밖에 부산 해안길의 강점은 도심의 근접성과 편의성에서 찾을 수 있다. 제주의 올레 코스 전부가 섬의 남쪽 서귀포 쪽에 몰려 있어 접근성이 떨어지고 교통망도 열악하다. 그에 반해 실핏줄처럼 퍼진 부산의 대중교통체계는 언제 어디서든지 걷기를 선택하게 돕는다.


 
■ 인공 구조물도 관광자원

이기대의 해안산책로를 걷다보면 내내 시선을 끄는 것이 있다. 바다 위를 가로지르는 광안대교다. 탁 트인 동해바다보다 먼저 눈길이 머문다. 호텔 '버즈 알 아랍'이 두바이의 상징이 되었듯 거대 인공구조물도 훌륭한 관광 자원이 되는 시대다.

영도의 절영산책로에서도 바다보다 먼저 눈을 사로잡는 게 남항대교다. 남항대교는 사람이 다닐 수 있도록 산책길을 만들어 걷기 명소로도 각광받고 있다. 남항 앞바다에 정처없이 떠 있는 대형 선박들도 해안길에서 바라보면 기이하고 흥미롭다. 정박 이유야 천차만별이겠지만, 여하튼 볼거리를 주는 것은 사실이다.

선선대 꼭대기에서 내려다 보이는 광활한 컨테이너부두도 색다르다. '쿵쿵' 대형 크레인의 웅장한 기계음은 마치 부산 경제의 심장 뛰는 소리처럼 들린다. 이밖에 해운대 스카이라인을 가리는 고층 건물들도 시각을 달리하면 놀라움으로 다가온다. 특히 투박한 어촌마을과 문명의 상징인 마천루가 묘한 대비를 이루는 미포 앞바다는 국내는 물론 세계 어디에서도 쉽게 만나기 어려운 풍경이다.
김성한 기자 honey@kookje.co.kr

  입력: 2009.04.22 22:16 / 수정: 2009.04.23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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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 열풍이다. 잘 걷는 마니아들을 만나면 툭 튀어나온 내 아랫배가 부끄러워진다. 그들의 얼굴은 '후천성 동안(童顔)'이다. 걸으면서 사색하고 즐겁게 대화하기 때문이란다. 건강은 부수적 효과다. 부산의 '걷기 성지'인 온천천에서 걷기 달인들을 만났다. 26명 중 여자가 14명이다. '다 같이 동네 한바퀴'를 하느라 모처럼 걸었다.

                                                   출발전 가벼운 몸풀기 운동을 하는 '인생길 따라 도보여행' 영남방 회원들

21일 오후 8시 부산 동래지하철역 아래 온천천. 엄마 팔짱을 낀 여고생과 야속한 아랫배를 두드리는 엄마의 걸음걸이가 봄의 달빛과 너무 닮았다. 데이트를 즐기는 청춘남녀가 야생화에 미련을 남겨둔 사이, 노파는 담배꽁초를 주으며 일흔을 견딘 다리에 감사한다. '걷기의 성지' 온천천에서 매일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걷기 마니아' 부산 금정여고 백수정(정치과목) 교사를 만나 '왜 걷느냐'고 물었다. "아이들의 고민을 머리로 이해하려면 한계에 부딪힌다. 나 자신도 분출되지 못한 '무언가'에 갇혔다. 책은 강렬한 해답을 제시하지만 곧 잊혀진다. 탈출구는 걷기였다. 몸으로 체득한 사색의 결과물은 망각이 없다." 그의 검은색 가방에는 비상식량-초콜릿과 사탕-이 들어 있단다. 160㎝의 아담한 키에 시속 6㎞로 걷는다. 구두를 신은 기자가 따라 잡기에는 벅찬 속도다. 눈치를 챘는지 곧 시속 4㎞로 낮춰준다. 환하게 웃는 그의 얼굴은 30대 중반 정도로 보인다.
인터넷 카페 '인생길 따라 도보여행(http://cafe.daum.net/dobojourney)' 회원인 그는 매년 3000㎞ 가량을 걷는다. 고3 담임이던 그는 지난해 2월부터 하루 2시간씩 무조건 걸었다. 제자들의 고민을 내 것으로 만들어 교감하려 했다. "처음 걷기의 화두는 '무엇이 나를 걷게 하나'였다. 한 발짝씩 나아갈 때마다 시간의 흐름과 계절의 흔적이 몸 속 깊이 전해졌다. 들꽃이나 강물과 이야기를 나누며 자연스레 환경주의자가 됐다."
 
                                          오후 8시 드디어 출발. 온천천 8킬로미터를 걷는데는 1시간30분~2시간 가량 걸린다.

요즘 백 씨는 일주일에 3번 이상 차를 몰면 소화불량에 걸린다고 했다. 걷기에 중독된 것이다. 지난 18일 동호회원 92명이 참가한 울트라걷기대회(구포역~을숙도하구언~대동수문~삼락강변공원)에선 여성부 우승을 차지했다. 공식기록은 8시간16분. "걷기는 모순되는 사색과 사교의 기쁨을 동시에 준다. 매사 자신감이 없고 우울하다면 일단 걸어보라. 매일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부전자전이다. 백 씨의 아버지는 각별한 제자 사랑으로 유명한 부산대 백인환(기계공학부) 명예교수다. 백 교수는 지난해 사후 시신 기증을 약속하는 유언장을 썼다. 퇴임에 앞서 월급을 쪼개 저축한 1억 원을 장학금으로 기탁한 큰 스승이다. 그의 저서 '산을 오르며 생각하며-기계공학박사의 산사랑 이야기' 판권 일체는  한국농아인협회에 기탁됐다.

                                                          걷기의 또 다른 매력은 사색과 사교(대화)를 동시에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걷기의 매력은 역시 건강. 별거다른 투자없이 시간만 내면 된다. '인생길 따라 도보여행' 영남방 공동운영자 박중한(41) 씨는 2년간 꾸준한 걷기로 췌장염을 극복했다. 2007~2008년까지 6500㎞를 걸었다. 매일 8~10㎞씩 다리를 고생시킨 덕에 쌓은 대기록이다. 박 씨처럼 영남방 회원들은 매일 걷는다. 평일 코스는 ▷화요일 온천천 ▷수요일(1코스 광안역~이기대공원~광안역) 2코스(광안리~센텀공원~팔도시장) 3코스(부산시청~황령산~금련산) ▷목요일 구포~삼락강변공원~사상시외버스터미널 ▷금요일(장산~청사포~문탠로드~해운대역)이다. 토요일은 오후 2시에 모여 반나절 도보를 즐긴다. 25일에는 양산 통도사 서운함 들꽃축제 코스를 다녀올 예정.

한달에 한 번은 시외로 나간다. 내달 1일은 사하구 하단역~서낙동강~삼락강변공원~구포역까지 20㎞를 걷기로 했다. 부산 토박이들도 걷기코스를 소개하면 "자동차 타고 지나치듯 봤는데 이렇게 좋은 줄 몰랐다"고 감탄사를 연발한다고. 도시민들에게는 가는 길이 대부분 개척길인 셈이다. 그만큼 앉은뱅이가 많다는 증거인 셈이다.

     왼쪽부터 '인생길따라도보여행' 영남방 공동운영자 박중한, 공원범, 금정여고 교사 백수정, 공동운영자 양승오 씨
  
 
이날 온천천에서 반가운 얼굴을 만났다. 전국해상산업노동조합 출신의 노동운동가 공원범(55) 씨다. 그는 2007년 소말리아 해적들에게 납치된 마부노호 선원 구출을 위한 노동계 총책임자였다. 직접 케나로 날아가서 해적과의 협상에 참여하기도 했다. 구수하면서도 걸걸한 웃음소리는 여전했다. 지난해 2월 카페에 가입한 그는 모든 걷기 행사의 사회를 보고 있다. 공 씨의 부인 황미애(55) 씨는 "평일 걷기가 밤 10시쯤 끝나기 때문에 남편이 술 먹고 오는 날이 사라졌다"고 웃었다. 공 씨의 주량은 기자도 일면식이 있다. 마부노호 선원들이 석방된 뒤 자축기념으로 그와 함께 소주를 마시다가 저 세상으로 가는 줄 알았다. "일단 걸어봐. 욕심 빼고는 모든 걸 가질 수 있어!" 이날 온천천에 나온 '인생길 따라 도보여행' 회원 26명의 이구동성이다. 좀 걸어야겠다. 눈부신 날을 일과 술로 허비하기에는 너무 아깝다.
 <부산 해안길 219걷기와 약도는 '걷기혁명 그린워킹' 카테고리에 포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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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걷기좋죠~ 2009/04/23 09:5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이어트로 시작한 걷기가.. 어느 순간 참 묘한 매력이 생기더군요. 눈에 확 띄는 변화는 아니지만 살도 빠지는건 당연하고, 제 자신의 몸에 체력이 붙는다는 느낌이 어느 순간 딱 들어라고요.. 전에는 힘겹게 걸었던 코스를 어느순간 숨하나 안차고 걷는다는느낌이 참 묘하더랍니다 ㅎㅎ

  2. /금정여고/ 2010/05/10 15: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희학교 일반사회 쌤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