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13~15일 부산 전역에서 2009 걷기축제가 펼쳐집니다. 메인 코스는 14일 오전 10시 부산항 북항 중앙부두에서 출발해 부산우체국(40계단)~동일초등학교~부산근대역사관~PIFF광장~자갈치시장~영도다리~남항대교~송도해수욕장까지 10㎞ 남짓입니다. 근대문화의 향기가 진하게 밴 풍경을 카메라에 담아봤습니다.
북항은 한국 근현대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근대문화의 공간'입니다. 조선 태종이 부산포를 개방한 1407년부터 두모포왜관→초량왜관 시기에 이르기까지 북항은 대일무역의 중심지이자 일제침략의 교두보였습니다. 조선시대 일본사신이 부산에서 한양으로 올라가던 길이 곧 임진왜란의 침략 루트와 일치한다고 합니다. 또한 북항은 부산 근대화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일제가 대륙 침탈의 물류기지로 부산 앞바다를 매립해 건설한 북항은 해방과 함께 '물류허브 부산'의 중심이 됩니다. 역사의 아이러니라 할만 합니다.
현재 북항 중앙부두는 공사가 한창입니다. 2020년까지 공공·상업·컨벤션·주거기능을 갖춘 '센트럴 베이'로 재개발을 한다고 합니다. 지난 2008년 부산을 방문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딸딸이 신고 산책할 수 있도록 만들라"고 했던 말이 생각납니다. 부산시민이 사랑하고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친수공간을 늘리라는 의미였습니다.
북항을 빠져나오면 국내 첫 전신기지 자리였던 부산우체국(금융로)와 피란민의 애환이 서린 40계단이 반깁니다. 초록색 건물의 옆은 한국 최초 영화제작소인 조선키네마가 '장한몽(1926년)'을 찍은 자리라고 합니다. 그러고 보니 부산터널 입구 삼거리~코모도호텔~메리놀병원~가톨릭센터~국제시장 입구 사거리는 한국전쟁 때 유엔군이 부산에서 처음으로 아스팔트 포장을 한 도로라고 하는군요.
용두산 공원은 대일 무역기지인 초량왜관(1678~1876) 터입니다. 현재의 광일초등학교는 동래부사가 일본 사신에게 연회를 베풀던 연대청이었습니다. 일제 강점기에는 동양척식주식회사였고 해방 뒤 미국문화원으로 변신했던 부산근대역사관도 보입니다. 태평양전쟁 말기 발행된 전시채권이나 조선과 외세의 관계를 보여주는 전시물이 가득합니다.
이제 '부산다움'을 느낄 수 있는 차례입니다. 첫번째 명소는 먹자골목(아리랑거리)을 지나면 등장하는 PIFF 광장. 쉬커(서극), 파올로 타비아니, 안나 카리나, 빔 벤더스, 허우샤오셴, 장이머우, 기타노 다케시, 제러미 아이언스, 유현목…. 뚜벅이들은 유명감독과 배우들의 핸드프린팅 동판에 손바닥을 맞춰보고, 이름을 읽어보고, 기념사진을 찍기도 합니다. 부산 영화의 무게중심이 해운대로 많이 넘어갔지만 'PIFF의 발상지'는 역시 남포동과 광복동입니다. 두번째 부산다움의 명소는 자갈치시장. 갯내음 물씬 나는, 어우선하면서도 질서가 있는, 도떼기시장의 풍경이야말로 부산의 얼굴이자 생명력입니다. 골목이 좁고 혼잡해도 아마추어 사진가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 이유입니다.
아쉬운 것은 부산 영도 대평동과 남포동을 오가던 통통배(도선)가 자갈치 공유수면 매립사업에 따라 지난 2월부터 운항을 중단했다는 것입니다.
어느덧 복원을 앞둔 영도다리입니다. 7월부터 차량 통행이 제한된 탓에 어떨결에 보행자 전용다리로 변신했습니다. 영도경찰서 옆 현인 노래비에서 '굳세어라 금순아'를 듣고 바닷가로 내려서면 쇠줄, 녹슨 닻, 정체를 알 수 없는 고철덩어리가 망치소리와 어울러집니다. 포구에 우뚝 선 홍등대가 이곳이 국내 수리조선업의 메카인 대평동임을 알려줍니다.
저 멀리 영선아래사거리를 지나 반도보라 아파트가 보입니다. 천혜 비경을 감춘 영도 절영해안산책로와 남항대교로 가는 출발점이기도 합니다. 길이 1925m의 남항대교는 다 위를 가로지르는 '걷기의 명소'가 됐습니다. 남항대교에 올라서니 태평양을 발 아래에 둔 느낌입니다. 저 멀리 국내 1호 공설해수욕장인 송도해수욕장이 파도와 물장난을 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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