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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망원경에 비친 디지털 세상만사 이스크라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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믹시

30일 부산 을숙도문화회관에서 '낙동강 살리기 보고회'가 열렸습니다. 300여 명의 공무원과 초청인사(?)들이 자리를 지킨 가운데 농민·환경단체 회원들은 밖에서 항의집회를 가졌습니다. 4대강 사업에 대한 찬반을 떠나서, 이날 '낙동강 살리기 보고회'의 하이라이트는 정부가 말하는 '소통'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게 했다는 겁니다.

농민과 전경의 대치.

22조 사업을 30분 만에 설명하는 기적
오후 2시30분께 4대강 사업 동영상이 상영을 마치자 허남식 부산시장→제종모 부산시의회 의장→국토해양부 심명필 4대강 사업본부장→현기환 국회의원이 차례로 올라 축사를 합니다. 1시간 가운데 축사에 허비한 시간은 무려 30분. 시간에 쫓긴 부산지방국토관리청(낙동강 프로젝트)→부산시(부산권 낙동강 사업)→문화체육관광부(문화가 흐르는 4대강)→환경부(환경영향평가와 수질)→한국수자원공사(낙동강 하굿둑 건설) 공무원들이 속사포보다 더 빨리 4대강 사업을 설명합니다. 방청석에서 원성이 터져 나옵니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여? 차근차근 설명을 해도 어려운데…" 그래도 정부 부처 공무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묵묵히 제 할 일(?)만 합니다. 그리고 정확히 3시30분 모든 설명을 마칩니다. "도대체 무신 바쁜 일이 있는가? 22조원의 대형 국책사업을 설명하는 자리인데, 너무 성의가 없잖아?"라는 불평이 터져 나왔지만 반향은 없었습니다. 알고보니 귀하신 분들이 3시30분부터 선박을 타고 낙동강 사업 부지를 '순시'하기로 했다는군요. 우리나라 공무원들, 높으신 분들의 시간을 '칼'같이 지킵니다. 국민과의 소통은 그 다음이구요.

정부의 4대강 사업에 항의하다 쓰러진 여성 농부.

농민이 "나 죽네 하는데"하는데 허 시장은  "나가셨냐?"
허남식 부산시장이 축사를 하려는 찰나. 한 농민이 소리를 쳤습니다. "우리 가족 다 죽게 됐다, 이놈들아!" 4대강 사업으로 농경지를 수용당한 농민의 절규였습니다. 잠시 당황한 허시장이 공무원에게 뭐라고 지시를 합니다. 소리 지른 농민은 혼절을 했습니다.

혼절한 농부를 쳐다보던 허남식 부산시장은 곧 축사를 시작했습니다.

잠시 주위를 들러보던 허 시장은 공무원에게 "나가셨나?"라고 묻더니 축사를 합니다.
"대단히 반갑습니다. 바쁘신 와중에 000오셨고, +++오셨고, ***오셨고…" 농민들은 생계터를 잃어 오열하다가 쓰러졌는데, 부산시장은 꿋꿋하게 축사를 마치고 단상을 내려옵니다. 방청석에서 "아무리 4대강 사업이 중요해도, 쓰러진 농민의 안위부터 걱정해야 하는 거 아니야?"라는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평당 1만2000원 받고 뭘 하라고
이날 보고회는 '번개불에 콩 구워 먹듯이' 끝났습니다. 밖으로 나오니 '행사진행'이라는 명패를 찬 누군가가 한 마디 합니다. "아니, 그동안 하천부지에서 농사 잘 지었으면 됐지, 뭘 더 바라고 데모를 하는 거야?" 농민들의 시위가 못마땅한 모양입니다. 풀 죽은 농민단체 회원들은 땅바닥에 퍼질러 앉아 한숨을 내쉽니다. "평당 1만2000원을 보상비로 받고 어디가서 뭘 하라는 거야? 내가 농사 3000평 짓는데, 보상비는 다 합쳐도 4000만 원이야. 우리 가족보고 죽으라는 거지…." 2009년 11월 대한민국. 4대강 사업 설명회에서 만난 국민과 정부는, 그리고 국민과 국민의 소통은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히려 소통이 아니라 분열, 그 자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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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백오십원 2009/12/02 16: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하천변은 원래 국가소유라고 하던데. 그럼 농민들은 지금까지 불법경작을 하고 있었던 거 아닌가요? 정부는 2년치를 한꺼번에 보상하고 수용한다던데.. 원래 무단점용한 땅이었으니 그 정도면 됐다는 시각도 있긴 하더군요. 그런데 보상도 보상이려니와 합의를 이뤄내는 과정에 뭔가 미숙한 부분이 있는것 같네요. 오늘은 4대강 사업 착공식을 tv에서 중계까지 하더라구요. 아주 삐까뻔쩍하게스리..(예전에 참여정부때 혁신도시 기공식도 중계를 하긴 했었지만...) 뭐랄까. 일방통행의 진수를 보는 것도 같고, 뚝심(?)을 보는 것도 같고.. 님께선 농민의 입장에서 말고. 강변을 끼고 있는 도시민의 입장에선 4대강 사업, 어떻게 보시는지요? 제각기 자기 입장만 떠들고 있으니 무식한 보통사람으로선 혼돈스럽군요.

    • 이스크라90 2009/12/02 16: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제 생각만 말씀드리겠습니다. 하천변 농경지에 대한 정부 보상금은 2년치 영농보상비와 지장물(비닐하우스)보상비로 나눠집니다. 최근 정부가 부산 농민들에게 보낸 '보상통지서'에는 영농손실보상금이 평당 1만2700원으로 돼 있더군요. 3000평 기준 3800만 원 정도입니다.
      도시민의 입장에서 4대강 사업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느냐고 물으셨지요? 제 개인적인 견해로는, 강살리기의 첫째 원칙은-너무나도 당연하지만-환경입니다. 그 중 오염원을 찾아내 제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지요. 전문가들은 "3조원만 투자해도 강 오염의 주범인 비점 오염원을 모두 제거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준설은 필요한 곳에 제한적으로 해야 하는 것도 환경상식입니다. 지금처럼 낙동강 전 구간을 준설하는 것은 전례가 없었습니다. 또 하나는 강 살리기의 원칙과 기준입니다. 예를 들어, 강변에 도시민을 위한 체육시설을 만드는 것-물론 필요하지만-과 갈대밭이 무성한 둔치를 보존해 생태학습장으로 활용하는 것 중에 어떤 것을 선택하느냐의 문제이겠지요. 부산은 낙동강이 바다와 만나는 경계입니다. 자칫 4대강 사업이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가장 큰 피해는 부산이 안게 될 겁니다. 끊임없는 감시와 비판이 필요한 이유이겠지요. 끝으로, 국내에서 환경논리가 개발논리를 이긴 적은 여지껏 없었습니다. 영원한 약자인 셈이지요. 감사합니다.

  2. BL 2009/12/08 11: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뭐 법에 따른 적절한 보상이나 원칙에 따른 대응...다 좋습니다. 자신의 이익 앞에서는 때론 과하거나 억지스러운 주장들을 할 수도 있을 테고 그 모든 걸 다 받아주다보면 오히려 상대적으로 손해보는 다수가 발생할 수도 있을 거구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가장 중요한 건 정책추진자의 태도나 정책추진 과정 및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부나 지자체가 국민의 의견을 어떤 자세로 얼마나 귀기울여 듣고 이를 어떻게 수렴해가며 어떤 논의 과정을 거쳐 정책을 입안한 후 어떤 협의과정을 거쳐 결정된 정책을 추진해 갈 것인가...하는 등의 과정적인 부분은 완전히 무시된 채....이건 "현명한 내가 보기에" 국익을 위한 것이고 다수 국민을 위한 것이니..'무지몽매한' 소수 반대자들은 다소간의 폐해가 있을 것 같더라도 무조건 참고 입을 닥치고 있어야 한다는 식의 논리는...흔히들 얘기하는 후진국 시절의 개발독재의 구태밖에 더 되겠습니까. 개발로 인해 기대되는 각종 이익과 이에 따르는 폐해, 환경적 영향들을 충분히 검토하고 폐해를 최소화하는 방안들에 대해 시간을 두고 충분히 논의하며 궁극적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해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들을 보인다면...그리고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복잡한 이해관계에 따라 중구난방, 갑론을박밖에 안 되서..더 이상 시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판단을 정책적으로 내리게 된다면야...그 때가서 이루어지는 중대결단과 밀어붙이기는...우리 국민 대다수의 경우 이를 충분히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은 된다 생각합니다.
    정말이지 이건 국민들을 계도의 대상으로만 보는 건지 아니면 정부정책에 무조건 다리나 걸고 트집이나 잡는 협잡꾼들로 생각하는 건지...그저 씁쓸할 따름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