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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망원경에 비친 디지털 세상만사 이스크라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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믹시

내 생애 첫 인터넷 쇼핑에 도전한 이유

뉴스에세이 | 2009/09/09 07:00 | Posted by 이스크라90
며칠 전 난생 처음으로 인터넷 홈쇼핑을 했습니다. 서랍에 처박아 뒀던 은행 보안카드와 공인 인증서를 찾느라 잠시 소란을 떨었지만 집사람의 도움을 얻어 '무사히' 티셔츠 3벌을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 기다리던 택배가 도착했습니다. 흰색 티셔츠에는 '이의 있습니다'라는 작은 글씨와 함께 주먹을 불끈 쥔 누군가의 팔뚝이 새겨져 있습니다.

    티셔츠에 쥐덫이 그려진 마우스패드가 사은품으로 따라왔습니다.

저 팔뚝의 주인공은 노무현 대통령입니다. 1990년 1월 30일 김영삼 전 대통령은 3당야합을 위해 통일민주당을 해체하려 합니다. 당시 김영삼 총재가 "구국의 차원에서 통일민주당을 해체합니다... 이의 없습니까... 이의가 없으므로 통과됐음을..."이라고 말하는 순간 노무현 의원이 오른손을 벌쩍 들며 "이의 있습니다. 반대토론을 해야 합니다"라고 외치는 장면입니다. 원본 사진은 당시 경상일보 김종구 기자가 찍은 것입니다.

    통일민주당 해체식에서 "이의 있습니다" 라고 외치는 당시 노무현 의원 (c)김종구

제가 팔자에 없는 인터넷 쇼핑에 도전한 것은 아마도 나의 짧은 기억력을 회복시켜준데 대한 고마움 때문입니다. 티셔츠 판매자는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 각종 소송과 벌금으로 시민들 겁박하는 비겁한 놈들. 좋다, 그럼 우리는 벌금 공동대납작전으로 대응한다"고 적었습니다. 촛불집회에 참석했다가 경찰에 소환된 유모차 부대의 벌금을 대신 내주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였습니다. 아래는 지난 7월6일 한겨레 신문에 실린 기사입니다.


경찰이 ‘촛불 뒷설거지’ 수사에 소매를 걷었다.
종로경찰서는 촛불집회에 참가했던 ‘유모차 부대’ 회원 44명에게 도로를 무단 점거한 혐의(일반교통 방해) 등으로 소환을 통보했다고 6일 밝혔다.  인터넷 포털 <다음>의 ‘촛불 유모차와 함께하는 촛불가족’(촛불가족) 카페 회원인 이들은 지난해 5월29일과 31일 문화제가 열릴 때 차로로 나가 행진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지난 3월 한 누리꾼이 ‘지난해 촛불집회에서 이들이 집시법을 위반했다’고 검찰에 고발해 수사에 착수했고, 지난주 출석요구서를 보냈다”고 밝혔다. 이들을 고발한 누리꾼은 지난해 자신의 인터넷 블로그에 ‘유모차 부대’를 비방했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를 당한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촛불가족 카페지기인 정아무개(34)씨는 “당시 불법적인 행위 없이 여경들의 인도에 따라 행진했을 뿐”이라며 “경찰에 출석해 있는 그대로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1년 넘게 지난 이 시점에 43명의 유모차 부대 엄마들을 무더기로 소환한 것은 보복성 고발이자 표적고발”이라고 비판했다.(중략)

 
뒤통수를 맞은 듯 했습니다. "내가 벌써 촛불을 잊고 있었구나. 우리 사회는 그 뜨겁던 촛불로 무엇을 얻었나. 소통은 이뤄졌나. 민주는 회복됐나...." 사람은 참 이기적인 존재입니다. 나의 뇌는 유리한 것만 기억하려는 듯 벌써 촛불의 기억을 희미하게, 그 먼 옛날 일인 것처럼, 지워버렸습니다. 그래도 누군가 유모차를 기억하고, 어리석은 나의 뇌를 일깨워주고, 그들을 위해 벌금을 준비하겠다고 나섰으니 참 고마울 따름입니다. "이의 있습니다"하고 박차고 나선 저 주먹과, 벌금을 대신 내주겠다고 나선 저 티셔츠의 지향점 또한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불혹을 바라보는 나이에 처음으로 인터넷 홈쇼핑에 도전한 이유입니다.

    아이스크림을 먹던 딸도 냉큼 제 몫을 찾아갑니다. 무척 잘 어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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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배리본즈 2009/09/09 07:4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항상 새로운 이슈가 사람들의 머리 속을 계속 지우고 채우고를 반복하나 봅니다.
    그래도 가슴만은 계속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음 하는군요. 잘 보고 갑니다.

  2. 36.5˚C 몽상가 2009/09/09 11:3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잊혀지지 않을 겁니다. ^^

  3. 마라 2009/09/09 15: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면에서 보는 글과 넷에서 보는 글.. 남다른 느낌이다. 항상 응원하고 있다. 좋은 글, 날카로운 글.. 계속 기대할게..^^ 근데 인터넷쇼핑.. 넘 늦은 경험 아냐?? ㅎㅎ

  4. 마라 2009/09/09 15: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참, 트위터는 안 하니? 재밌던데..^^ @limmara

  5. 마라 2009/09/09 15:5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체... 언수..^^ http://myblog.munjang.or.kr/les69 시간되면 놀러와.. 오래 비워두었는데, 네 블로그가 분발을 재촉하네...^^

  6. 마래바 2009/09/10 09:0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따님이 너무 예쁘네요... ^^